Open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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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대한 근본적 시각 - 요리한다, 고로 인간이다
2017.06.08

 
최근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리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달라지고 있습니다. 요리란, 단순히 ‘먹을 것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먹고 즐기는 또 하나의 문화’라는 건데요. 얼마 전 현대카드에서도 요리를 오감으로 만끽할 수 있는 쿠킹라이브러리를 선보인 바 있죠.
 
이번 오픈클래스에서는 음식을 언어, 예술, 종교 못지않은 하나의 인류 문화유산으로 바라본 한 사람을 만나봤습니다. 
<누들로드>, <요리인류>를 만든 푸드멘터리 PD이자 셰프인 KBS 이욱정 프로듀서와 함께 수천 년의 역사를 견디며 살아남은 음식과 그 음식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셰프가 된 PD
요리를 '배우다', 요리를 '이해하다'


“사무실에 있었다면 절대 보지 못했을 것들을 볼 수 있었어요.”
 
동서양의 국수역사를 2년여에 걸쳐 다룬 <누들로드>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이욱정 PD는 돌연 휴직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요리 학교, 르꼬르동 블뢰에 입학하는데요. 
양파 하나 제대로 못 썰던 그가 르꼬르동 블뢰로 간 이유는 음식 전문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 곳에서 그는 요리, 그 이상의 것들을 배우게 되죠. 
특히 이욱정 PD는 손을 사용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요리학교를 다니면서 창의성은 손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읽고 쓰는 데에만 익숙했던 사람들이 손을 사용해 무언갈 한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는 또 다른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일했든 요리를 배우면 요리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고 상상력은 훨씬 깊어집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을 전공했다면 식자재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변호사라면 음식 특화 변호사가 될 수 있습니다. 
방송 콘텐츠를 만들던 피디가 요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고 인류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처럼요.



불, 인류 진화의 발화점이 되다 


“껍질을 까거나 가루를 내면서 동물들도 요리를 해요.
그런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요리가 있죠. 바로 불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모든 동식물은 각자 자신에게 맞는 서식지에 살게 됩니다. 그 곳을 벗어나면 대부분 죽고 말죠. 하지만 인간은 다릅니다. 
바퀴벌레도 살아남기 힘든 극한의 땅에서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요리하는 능력덕분입니다. 
그렇다면 이 능력이 인류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요? 
 
요리를 통한 인류 발전의 핵심에는 ‘불’이 있습니다. 인간은 요리에 불을 이용하면서 다른 동물들에겐 없는 진화 상의 큰 이점을 갖게 됩니다. 
불로 익힌 요리는 독성 제거 및 살균의 효과가 있고 소화에 도움을 주며 맛과 향기도 한층 살려주는데요. 
덕분에 같은 식재료로 전혀 다른 맛과 풍미를 경험할 수 있게 됐죠. 이 과정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풍부한 감성을 가지게 됩니다. 
또 불의 사용과 함께 음식의 저장 기간도 길어졌는데 덕분에 인간의 생존율이 확연히 늘어납니다. 
결과적으로 불은 인간의 생존력과 번식력, 두뇌발달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이는 곧 인류 진화의 출발선이 됩니다. 


 
인류의 삶을 바꾼 음식, 빵과 국수 


자연선택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는 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종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욱정 PD는 인류의 음식도 자연선택의 룰을 따라 진화해왔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빵과 국수는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대표적 음식인데요. 이 두 가지 음식은 어떻게 이토록 오랫동안 이어져 올 수 있었을까요? 







누들로드를 따라, 국수의 탄생


밀은 서양에서 훨씬 먼저 재배했지만 국수가 탄생한 곳은 동서양 식문화가 융합된 중앙아시아 지역, 실크로드입니다. 
서양에서 들여온 밀을 동양 고유의 조리법으로 삶는 과정에서 국수가 탄생한 것이죠. 
국수는 동서양의 식문화 아이디어가 융합해 나온 획기적인 음식인 것입니다. 



사막에서 태어난 최초의 빵


그렇다면 인류 최초의 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이욱정 PD는 <요리인류> 촬영 중 사하라 사막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빵은 건조지대인 사막에서 매우 획기적인 음식이었습니다. 불을 피울 특별한 장치가 없었기에 모닥불의 잿 속에 반죽을 넣고 익혔는데요. 
이렇게 25분 정도 익히면 납작한 형태의 빵이 완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빵이었습니다. 
 
인간은 생존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맞는 최적의 레시피를 찾고 음식을 만듭니다. 
이 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음식은 사라지죠. 
빵과 국수는 변화하는 사회와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다양하게 변형되며 현재까지도 세계인에게 사랑 받는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시공간을 뛰어넘은 빵과 국수의 생존 비법 






빵과 국수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사랑 받은 데엔 몇 가지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이욱정 PD는 그 공통점을 몇 가지로 정리해 들려줬습니다. 
 
먼저 보존성과 적응력이 뛰어나단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피자는 전 세계에 가장 빨리 확산된 음식인데요. 나라별 입맛에 맞는 토핑으로 다양하게 변화하며 단시간에 현지화가 가능했습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속도와 모양, 소리 그리고 휴대성입니다. 
빨리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다양한 형태로의 변형이 가능하며 식욕을 자극하는 소리를 가진 음식이 오랫동안 사랑 받았습니다. 
이욱정 PD의 말에 따르면 휴대성이 좋은 음식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크게 번창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했던 컵라면처럼 말이죠. 
 
마지막으로 스토리텔링과 감성입니다. 
우리네 국수에는 장수, 잔칫날이란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2천 년 전 당나라 때부터 이어져 온 것인데요. 
사람들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기보다 음식을 먹을 때의 감성적 체험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래 지속 가능성의 여부, 스토리텔링의 힘 


“기능의 차이는 금방 감소하고 사라져요.
반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증가할 겁니다.”
이욱정PD는 시대와 공간을 넘어 번창한 음식과 성공한 기업, 국가, 디바이스에 내재된 속성이 유사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이폰을 예로 들어 볼까요? 에디슨이 처음 만든 전화는 모양도 크고 투박했지만, 현재 아이폰은 속도도 빨라지고 휴대성은 좋아졌으며
 감성적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스토리텔링인데요. 
아이폰 이용자들은 기능보다도 그것을 사용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아이폰의 스토리텔링 때문에 선호한다는 것이죠. 







“쿠킹라이브러리는 훌륭해요. 요즘 소비자들은 실제로 경험하며 콘텐츠를 소비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쿠킹라이브러리는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아주 좋은 콘텐츠입니다."
 
상징적인 의미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앞으로는 스토리를 가진 음식 문화들이 더욱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이제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워주는 게 아니라 이 음식을 즐기는 나 혹은 우리가 누군지 보여주는 일종의 기호이자 이야기로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이욱정 PD는 현대카드에게도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카드를 쓰는 내가 누군지, 소비자들에게 어떤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는지가 앞으로 브랜드 지속성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죠.
 
르꼬르동 블뢰 고급과정을 수료한 음식 전문 다큐멘터리 ‘피디’로서 인류의 식문화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찾고자 했던 이욱정 PD. 
이번 오픈클래스에선 음식을 통해 인류의 지난 삶을 짧게나마 되짚어 볼 수 있었는데요. 
음식이라는 일상 속 가벼운 주제로 역사 속 인류의 모습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며 요리를 바라보는 남다른 시각까지 접할 수 있었습니다. 
요리는 물론이고 다양한 문화 속에서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가 우리의 역사를 대신해 줄까요? 우리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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